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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남겨진 이야기 전쟁이 끝나고 처참한 상흔을 지우는 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호그와트는 몇 번이나 폐교 위기에 처했고, 맥고나걸 교수는 날마다 날아오는 항의 편지에 답장하기 바빴다. 다행히도 지지하는 이들이 있어 새 학기를 준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학생들을 맞이하기에 앞서 본격적으로 성 곳곳을 고치기 시작했다. 교실과 복도를 수리하고 박살 난 교구 대신 새로운 교구를 들여왔다. 그때쯤 집요정들이 누군가의 처소에 남은 물건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왔다. 세베루스에겐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살아 돌아올 듯 많은 것들이 남아있을 줄 알았었다. 상자 하나를 겨우 채우는 양에 처소를 정리하던 집요정들은 없어진 물건이 있다며 난리를 피웠다. 그들을 진정시키고 상자를 교..
추억 속의 정원세브릴리 BGM - Jonny Greenwood's "House of Woodcock"https://www.youtube.com/watch?v=bT_XjcdgT6g 버려진 정원을 가꾸자고 말한 사람은 릴리였으나, 가장 정을 많이 쏟은 사람은 세베루스였다. 작은 삽으로 황폐해진 땅을 뒤집고 그 안에 잠든 생명을 깨웠다. 페투니아가 애지중지 키우는 꽃들을 데려와 그곳에 심었다. 작은 화분에 갇혀있던 꽃들은 넓은 땅을 만나자 기다렸다는 듯 커다랗고 화려한 꽃잎들을 피웠다. 릴리가 투니에게 혼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잠깐의 침묵 뒤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릴리와 세베루스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은 뒤에 씨앗들을 부지런히 심었다. 릴리는 비가 내리면 뿌리를 내리고 잎사귀를 내밀 ..
수취인 불명 [해스네] 전쟁 후 살아남았지만 짧은 행복만 누리다 간 세베루스와 그를 그리워하는 해리 01 세베루스, 교수님이 언젠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리라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을 몰랐어요. 교수님, 내가 무얼 잘못했나요? 아침에 너무 귀찮게 굴었나요?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했었나요? 자주 교수님을 혼자 두어서 그런가요? 제발 가르쳐주세요. 교수님은 무엇이든 알잖아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잖아요. 기다릴게요. 답장 주세요. 02 오늘 트래펄가 광장에 갔다가 세베루스를 봤어요. 아니, 닮은 사람이요. 어찌나 똑같던지 그 자리에서 이름을 부를 뻔했어요. 들숨과 날숨으로 들썩이는 가슴 하며, 책자를 넘기는 손짓, 멀어지는 발걸음 모두가 교수님이었어요. 홀린 듯이 쫓아갔다가 동료들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무제 [시리스네] * 주의: 짧고 개연성이 없습니다. 01주르륵 차례로 손가락 움직여 테이블을 두드렸다. 약지에서 시작한 리듬이 검지에 이르는 동안 시리우스는 끈질긴 시선으로 맞은편에 앉은 이를 훑었다. 일부러 화를 돋우는 건지도 모른다. 테이블을 뒤집고 결투를 청하는 대신 집요정이 내온 차를 홀짝 들이키는 모습은 낯설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다. 먼저 다가가 그 심중을 들여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핀도르를 겁쟁이로 만든 이는 찻잔을 내려놓더니 설탕을 하나 더 넣었다. “그분 밑에서 일하더니 단 것 좋아하는 습관도 닮아버린 건가? 아님 그런 척을 하는 거야?” 비꼬는 말에도 답이 없었다.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으나 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기사단원들이 모여 회의할 공간이 필요하단 의견에 무턱대..
Cake Severus snape 1960. 01. 09 01호그와트로 와달란 전갈을 받고 급히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정문을 두드리자 필치가 심술궂은 표정으로 문을 열며 길을 안내했다. 탑으로 갈 거란 예상과 달리 필치의 걸음은 지하로 향했다. 방학을 맞아 고요한 성내엔 둔탁한 걸음 소리만 울려 퍼졌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해리가 망토를 여몄다. 늘 그랬지만 지하는 눅눅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기억 속의 어떤 이를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였다.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꽤 예의를 차린 필치의 말에 빈 마법약 교실을 지키고 있던 맥고나걸이 고갤 끄덕였다. 엉망이 된 학교를 복구하고 겁에 질린 학부모들을 설득하느냐 누구보다 바쁜 1년을 보낸 그녀였다. 해리가 오랜만에 만난 스승을 보고 미소를..
온기[해스네 조각글] 01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고갤 들었다. 피곤한 몸을 끌고 와 책을 읽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부터 알아봤다. 본디 학문과 거리가 있는 이였다. 새삼스럽지도 않아 혀를 차며 책을 주웠다. 눈 밑에 그림자를 달고 쳐들어와 책만 읽다 갈 테니 쫓아내지 말라고 사정하던 얼굴을 생각했다. 어떤 이를 끔찍할 정도로 닮은 생김새로 또 다른 이를 닮은 눈을 했다. 제발 신경 좀 끄라는 말에 슬픈 눈을 하고 끈질기게 곁에 머물렀다. 그 점만큼은 그들과 달랐다. 천방지축인 제 주인처럼 구불구불 멋대로 뻗친 머리칼이 보였다. 손끝을 가져가 닿을 듯 말 듯 긴장을 유지하다 거뒀다. 우리의 거리는 이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선택 받은 이는, 마법 세계를 또 한 번 구한 이는 그의 제자이기 전에 두 사람..